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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Canada

팁 문화에 대한 생각

미국과 캐나다로 여행을 해봤거나 사는 사람들이라면 팁 문화에 익숙할 것이다. 소수의 업종을 제외하고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미용실 같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에서는 보통 15% 이상의 팁을 요구한다. 하지만 코비드 락다운과 경기침체 이후로, 팁 문화에 대한 반발이 강해졌다.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에서는 레스토랑 서버나 바텐더들의 최저임금 제한이 풀리면서, 현 시점 시간당 $17.20 달러로 최저 임금이 꾸준히 인상되고 있는데, 여기에 팁까지 더하면 꽤 괜찮은 수익을 내는 셈이다. 

 

어느 업계에나 그렇듯, 직원의 임금은 사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 맞고, 음식, 분위기, 서비스 총체의 합은 메뉴판에 표시하는 금액에 모두 포함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만약 종업원의 서비스가 남다르게 특출났다면 고객의 입장에서 팁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캐나다 팁 문화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가장 유력한 주장 또한 이것이다. 고용주의 몫인 서비스직 노동자의 임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가게에서 (온타리오 기준) 13%의 HST를 고객에게 부담하는데, 메뉴에서 보던 가격이 최종 영수증에 다르게 찍혔다면 그 이유에서다. 여기서 대부분의 가게는 결제 시점에 팁을 입력할 수 있는 화면이 나오는데, 이 때 잘 계산하지 않고 그냥 선택지에 따라 내게 되면 HST를 포함한 가격, 즉 세금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이자가 오르고 소비량이 위축되면 서비스 업종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하늘을 찌르는 임대료, 계속해서 오르기만 하는 임금과 식자재 값, 세금을 포함한 각종 공과금 등을 다 내고 나면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경기 침체 이전부터 자리를 잡아 이름값을 좀 하는 곳이라던가, 건물을 매입해 임대료 지출을 낮추는 경우 등의 특수 케이스가 아닌 경우, 소시민의 자영업은 한국에 비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처럼 업장 입장을 아무리 잘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어이없는 경우도 있다.

1. 테이크 아웃, 선주문 후픽업 등의 포장주문시 팁을 내라고 요구하는 경우 (+안 내고 가는 손님을 욕할 경우)

2. 이미 부과한 세금에 대한 팁을 계산하게 하는 경우 (예: 주문 총 금액*13% HST*20% 팁=최종 결제 금액)

3. 복잡한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는 업장에서 팁을 요구하는 경우 (테이블 서빙이 없는 커피숍이나 디저트 가게 등)

4. 배달 앱에서 식당과 배달원 모두에게 따로 팁을 요구하는 경우

 

위의 경우 나는 당당하게 No Tip 을 누르거나, 13% 세금을 제외한 총 금액에 대한 팁을 주곤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계산적으로 살 필요가 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를 가거나, 서비스가 특출났을 경우에는 별다른 계산 없이 후한 팁 (보통 25% 이상)을 주곤 하지만, 서비스도 품질도 보통이었을 경우에는 어김없이 최저 수준의 팁을 준다. 캐네디언들 중에서는 아예 팁 자체를 생략하는 사람들도 종종 봤으나, 나는 아직 그렇게까지 할 배짱은 없다. 

 

한편으로는 주변에서 '팁 문화는 예전부터 뿌리내린 북미만의 고유 문화'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켜온 시간이 길다고 해서 악습을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이유는 없지 않은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개인의 판단이다. 적어도 나는 소비자로서 내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 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