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언제, 어떤 루트로 왔던지, 학생 신분이 아니라면 당장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취직이 대부분 사람들의 우선순위가 아닌가 한다. 영미권 4개국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어디든 현지인과 이민자들의 구직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메디컬, 법률 전문직, 엔지니어링이나 IT 계열은 덜 하겠지만 문과는 수요도 적은데다 취업 시장 경쟁 과열이 더욱 높다.
이번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늦은 나이에 도전하여 이민에 성공한 케이스로 지난 몇 년 간 이민을 준비하며 비전문직으로 걸어온 길을 나눠보려 한다.
1. 이민에 유리한 학과와 직군 파악하기
처음 '유학 후 이민'을 결심한 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지역, 학교 및 학과였다. 필수교육 이후 캐나다의 고등교육은 크게 직업학교(커뮤니티 컬리지)와 대학교로 나뉘는데, 이 중에는 공립과 사립 학교의 구분이 있다. (내 글에서 어학원은 논외 대상이다; 자세한 학교 리스트는 Designated Learning Institutions: DLI 확인)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내가 선택한 학교는 토론토 다운타운에 위치한 George Brown College의 Community Worker Program (C101) 이었다. 2년 졸업 후 Diploma를 받게 되며 총 4개 학기 중 3학기는 실습을 마쳐야만 졸업을 할 수 있다.
내가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이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직군이었기 때문이다. 'Essential Worker' 직군 이라 하면 단순히 3D업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코로나19 이후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어느 사회든 소외된 사람들은 있고 그에 대한 사회복지책이 있다. 캐나다는 Welfare State로써 사회복지제도에 매년 어마어마한 예산이 쓰인다.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영리기관들이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직업의 니즈도 많은 편이다.
물론 사람마다 관심 분야도 다르고, 걸어 온 방향도 다르기 때문에 맹목적인 추천은 하고싶지 않다. 내 경우에는 캐나다에 오기 전 오래 살았던 제3국에서 이 분야와 인연이 있었고 대강의 커리큘럼과 진로 방향에 익숙했기에 학과 결정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민에 유리한 학과와 직군을 선택하는데 있어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졌다.
- 내가 선택한 학과의 진로 방향이 무엇인가?
- 해당 직군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직군인가?
- 학업 기간 중 현지 경력을 쌓을 수 있는가?
- 졸업 후 취업이 가능한가?
위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학교 웹사이트와 캐나다 정부 사이트, 링크드인과 인디드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참고했다.
2.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 설정하기
유학생은 정해진 시간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학업과는 별개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번다. 나는 이미 캐나다에 오기 전에 일을 하며 꾸준히 저축을 해 왔던 터라, 2년 동안의 학비와 생활비는 모아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가족도 친지도 없는 나라에 홀로 와서 돈에 쪼들리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너무나 잘 알기에, 돈 때문에 학업을 멀리하는 어리석은 시간 낭비는 할 수 없었다. 또, 졸업 후에 무슨 일을 하든 요리학과가 아닌 이상에야 식당에서 알바하는 것은 이력서에 어필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내가 이 공부를 해야만 하는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항상 냉철하게 생각해야만 했다.
때문에 적어도 학업 기간 동안에는 학교 밖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교내 근로장학생의 기회를 물색했다. 운 좋게도 학과 대표로 선발되었고, 이 외에도 라이팅 센터에서 튜터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필수 대학영어 수업에 참여하여 그룹으로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의 임금은 최저시급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지만, 나중에 이력서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캐나다 '현지 경력'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때 쌓아둔 경력이 현재 직장에 취직하기에 귀한 자양분이 되었다. 내 하루하루는 학업과 일 스케줄로 빼곡했지만 명확한 목표가 있다 보니 지칠 틈이 없었다.
3. 인맥은 가장 강력한 무기
It's about who you know, not what you know: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나의 학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락다운 기간동안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만 했다. 다행이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며 만났던 수많은 인연들을 통해 이후에 캐네디언 가족네 집에 들어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2년 넘게 살 수 있었고, 첫 직장도 구할 수 있었다.
인맥은 어디를 가나 나의 삶에 치명적인 역할을 한다. 내향인들에게는 가혹할 지 모르겠으나,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네트워킹을 하는 것은 세상 어디를 가도 무기로 통한다. 모든 섹터를 막론하고, 사람을 만나 커피챗을 나눌 정도의 준비는 늘 되어있는게 좋다.
셀프펀딩 유학생에서 외노자로, 이민자로 낯선 땅에서 경쟁을 뚫고 자리를 잡기까지 정말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캐나다 사회에서 이뤘던 크고 작은 성취는 결국 결실이 되어 사회적으로 정착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도움을 받아 유학을 왔거나 가족끼리 이민을 온 케이스는 당연히 해당되지 않는다. 경제적 자립을 이룬 성인기 이후에 이민을 선택하는 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 내 삶을 어떻게 일궈 나가는지에 따라 성패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석사 유학 시절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면 이 문화권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어떻게' 에 대한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문마다 답이 정해져 있는 한국식 사고방식으로는 밥그릇 챙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닥치는 대로 질문했고, 사람들을 만났고,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일과 학업을 병행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은, 외국에서 개인의 성장은 철저히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는 것.
오늘도 용감한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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