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이라는 단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미지일까.
나에게는 '새로운 삶'과 '또다른 기회'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사는 삶을 동경했다. 단순히 서구 문화에 대한 환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동네 연못이 아닌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20대 초반부터 유학, 해외 봉사와 각종 해외 활동을 하니 내가 원하는 그림이 더욱 뚜렷해졌고, 해외 이민을 계획했다.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남은 20대를 치열하게 보내고, 30대에 들어서는 또 다른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렇게 캐나다에 정착하게 됐다.
나에게 캐나다는 마지막 지푸라기였다. 해외살이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구체적으로 이민을 목표로 한 건 캐나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이민을 위한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계획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였기에 성공 확률이 왠만큼 높지 않으면 승부수를 던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캐나다 입국 후 2년 만에 영주권을 받았다. 돌이켜보니 무언가 뚜렷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늘 벅찬 경험이었다. 그렇기에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
부모나 배우자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이민을 해내는 경우가 흔하지 않아서인지, 질문을 종종 받는다. 보통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이민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들에게 받는 단골 질문은 단연 '영어'다. 그래서 이런저런 주저리를 써볼까 한다.
Q. 영어는 얼마나 잘 해야 하나요?
단순히 해외에 오래 살았다고 영어를 잘 한다는 편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민자 본인들은 물론이고 1세대들 조차 영어가 서툰 경우가 많다. 왜? 한국인 사회에서 벗어나질 못하니까.
나처럼 늦은 나이에 이민을 결심한 케이스들 중 새로운 시작을 해보겠다고 기껏 한국을 벗어나 해외로 나왔는데, 영어는 안되고 돈은 벌어야 겠으니 결국 한국인이 차려놓은 비즈니스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경우가 파다하다. 당장 비자만 좀 어떻게 해결되고 '영주권만 받으면 그만 둬야지'라는 생각으로 불합리한 조건들을 꾹 참고 일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 '편안한 환경을 원하면 고향으로 돌아가시라' 고.
언어는 기본 소통 능력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한국에서 '외노자'들의 어누른 말투를 갖고 조롱하고 멸시하던 미디어를 생각해보자. 이민자로 살아가려면 적어도 그 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가족을 꾸리고 살 정도의 소통은 가능해야 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저 해외살이의 '장점'에만 도취해 이민을 결정하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무작정 와서 고생만 하다 간다. '어떻게든 되겠지' 식으로 아무것도 없이 주머니에 푼돈 가지고 이민와서 성공하는 기적적인 케이스는 이제 조상님들의 얘기다.
'하나부터 열까지의 불편함'을 감수할 자신이 없으면, 이민보다 다른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Q.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어떤가요?
캐나다 보수당에서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얘기가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 얘기다. 최근에도 온타리오 주 윈저에 짓고 있는 LG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고용을 놓고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가 신랄하게 비난했다. 자국에 그만한 공장을 운영할 기술자도, 능력도 없어서 외국 기술자본에 의존하는 마당에, 한국회사가 한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와 캐나다인들의 실직률에 기여한단다. 말도 안되는 얘기같지만 현실이 그렇다. 자유당 집권동안 그야말로 능력없는 이민자들을 무더기로 받아서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활동능력이 출중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난하기에는 이 나라가 너무 거대하다.
캐나다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다문화주의'가 국가 정책으로 채택한 나라다. 역사를 살펴보아도 이민자들이 함께 일궈낸 땅이니 만큼, 대도시 기준으로 '외국인'에 대한 분위기 자체가 배타적이지는 않다. 결국 본인이 어떻게 능력을 발휘하고 이 사회에 물들어 조화를 이루는지에 따라 이민자로서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인종차별'이 없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다문화가 오랫동안 받아들여진 나라라 할 지라도 사람 사는 곳이니 인종차별도 존재한다. '티를 안내서' 그렇지 누구나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거부감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인종차별은 '언어 능력'과 '문화 이해 능력'에 따라 희석되거나,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문화 이해 능력' 중 대표적인 예가 유머 코드인데, 문화를 깊게 이해하거나 같은 문화를 공유하면 서로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민 살이가 오래 됐어도 이 부분이 부족해 영원히 겉도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이 부분은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민은 '어렵다'. 쉽지 않은 것 정도가 아니라, 정말 정말 어렵다. 왜? 내 조상이 아닌 남의 조상들이 일궈놓은 땅에 차원이 다른 가치관과 문화, 언어, 생김새로 '굴러 들어가 박혀 사는 것'이 이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태어난' 느낌으로 살아야 한다. (물론 부모의 도움으로 어릴 때 유학 와서 정착한 케이스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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